[기후변화 현장을 가다]제5부 ②네바다주 미드호수의 교훈

ㆍ9년째 가뭄…호수 수위 30m나 낮아져

↑ 미국 최대 인공호수인 미드호수와 후버댐(왼쪽). 호수가의 언덕이 9년째 계속된 가뭄으로 허리를 허옇게 드러내고 있다.

지구온난화의 피해는 물난리로 온다. 부족하거나, 넘쳐서 화를 부른다. 뜨거워진 지구는 바닷물의 수위를 높이지만 정작 인간의 생활에 필요한 강물은 줄이기 때문이다. 뉴올리언스 주민들이 바람과 홍수 피해에 노출된 채 살아간다면, 사막 위에 세워진 라스베이거스는 물이 귀한 곳이다. 환락의 도시, 라스베이거스는 탄광 속의 카나리아처럼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한 발 앞서 받고 있었다. 9년째 계속되는 가뭄 탓이다. 세기말(1999년)에 시작된 가뭄은 생활용수의 90%를 의지하는 인근 미드 호수의 수위를 30m나 낮췄다. 가뭄이 계속된다면 언젠가 라스베이거스의 영화는 사막의 신기루가 될 수밖에 없다.

# 말라가는 라스베이거스 '젖줄'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48㎞ 떨어진 볼더 시티에 위치한 미드 호수. 로키산맥의 서쪽 사면에 쌓인 눈이 녹아 만든 콜로라도강의 물을 가둬두는 곳이다. 후버댐이 1935년 완공되면서 조성된 인공호수다. 지난 1월22일 찾아간 미드 호수는 지구온난화의 운명을 보여주는 또 다른 현장이었다. 10여년 전만 해도 낚싯대를 드리우던 자리가 허공에 떠 있고, 주차장과 화장실 등 행락객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호수에서 200m쯤 떨어진 곳에 유적처럼 남아 있었다. 1126㎞에 달하던 호숫가 둘레가 885㎞로 줄어든 탓이다. 가뭄은 라스베이거스 일대 주민들에게 자신들이 사막 위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우쳐주고 있다.

미드 호수 레크리에이션 휴양지에서 안내를 하고 있던 자원봉사자 메어리(66)는 "과거에도 가뭄이 지속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오래 계속되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호수 전체가 물 부족의 미래를 홍보하는 교육장이 됐다"며 흉물처럼 버려진 과거의 편의시설들을 가리켰다. 9년 전에 비해 담수량이 절반으로 줄었지만 미드 호수 주변은 여전히 한 해 800만명의 관광객들이 찾는 휴양지다. 이들을 위해 공원 당국이 새로 만든 편의시설과 옛 편의시설들은 가뭄의 세월을 나이테처럼 보여주고 있었다.

지구온난화는 이곳에서도 불길한 풍문으로만 떠돌고 있었다. 라스베이거스의 남부 네바다 수자원관리청(SNWA)의 스콧 헌틀리 대변인(51)은 "미드 호수의 유량이 줄어든 것은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신호"라면서 "공식 입장은 아니지만, 지구온난화가 계속되는 가뭄에 영향을 미친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무부 산하 콜로라도 유역 수자원관리 사무소의 책임자 로버트 웰시(61)는 "아직까지 과학적으로 지구온난화의 영향인지, 주기적인 가뭄인지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면서 "중요한 것은 콜로라도 강 수계가 말라가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가뭄의 원인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하지만 "뭔가 벌어지고 있다"는 불안감을 안고 살기는 마찬가지였다.

# "온난화의 극적 신호" 불안감 팽배

갈수록 낮아지는 미드 호수를 보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사실, 지구온난화에 대한 진위를 따질 여유가 없었다. 라스베이거스 주택가에서는 최근 몇년 전부터 사막의 풍경이 되살아나고 있다. 주 당국이 벌이는 급진적인 물절약 정책의 결과다. '사막계획(Desert Plan)'이란 작전명의 정책은 주민들에게 '풍경을 바꿀 것(change your landscape)'을 권고하고 있다. 마당마다 조성된 잔디밭을 없애고 사막의 풍경 그대로 복원하는 계획이다. 잔디 2.8평을 없애면 주정부가 150달러를 현금으로 지원한다. 한 가구당 정원을 개조하는 데 드는 평균 비용은 3000달러. 하지만 잔디 1평방피트당 한해 평균 55갤런의 물이 빨아들이는 것을 막는 대가로는 비싸지 않다는 게 주당국의 판단이다. 지난 한해 동안 21만평의 잔디밭을 없앴다. 주민들의 호응이 없이는 불가능한 성과였다. 신축 주택의 경우 앞뜰에는 잔디를 허용하지 않고 뒤뜰의 절반 면적에만 잔디를 허용하고 있다. SNWA 공보실의 로버트 부에러(61)는 "주민들에게 즐기지 말라는 게 아니다"라면서 "즐기되 약간 다르게 즐겨달라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말라가는 미드 호수는 라스베이거스 주민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고 있었다. 욕망을 좇는 라스베이거스는 적어도 물 문제에서만은 가장 절제된 생활을 하는 도시가 된 것이다. 수영장·세차장·골프장은 물론 모든 생활용수를 수거, 정화한 뒤 미드 호수로 돌려보낸다. 옥외수영장은 증발되는 물이 아까워 덮개를 씌운다. 최근엔 물 없이 세차 하는 서비스 업체가 등장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에코워시(Ecowash) 업체의 후안 마누엘 볼라노스 사장은 "세차장을 두지 않고 출장 서비스 방식으로 차를 씻어준다"면서 "고객들은 물을 사용하지 않아도 청결도에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로선 극단적으로 보이는 물절약 노력 덕에 2002년 이후 라스베이거스의 인구는 30만명이 늘었지만 물 소비량은 되레 줄었다. 시 전체 인구는 현재 200만명을 웃돈다.

# '욕망의 도시'에 부는 물절약 바람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에 대한 주정부의 에너지정책은 부족한 물을 통해 불안한 미래에 대비하려는 노력을 말해준다. 저수지 물펌프의 동력으로는 태양열 또는 풍력발전기를 사용한다. 에너지의 85%를 대체에너지로 사용하고 있다. 2015년까지 태양열과 풍력 등을 이용한 대체에너지 사용률을 100%로 올린다는 방침이다.

콜로라도강에 기대어 살아가는 인구는 2300만명. 강의 허리를 끊어 후버댐을 만들고 미드 호수를 조성한 것은 사막에 사람이 살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던 것으로 보였다. 흔히 후버댐이 라스베이거스의 밤을 밝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실과 달랐다. 발전량의 3%만을 제공할 뿐이다. 웰시는 "후버댐 건설 당시부터 전력은 일종의 부수입이었다"면서 "처음부터 목적은 홍수방지와 물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미드 호수의 물은 남부 네바다와 남부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주의 용수로 배분된다.

특히 이들 3개주에 흩어져 사는 인디언 보호구역에 물과 전기를 공급하는 것은 물론 멀리 멕시코까지 전기를 제공한다. 토건사업도 하기 나름이다. '성장'이 아닌 '분배'를 위해 이뤄졌을 때 인간에게 반드시 필요한 콘크리트가 될 수 있다는 것을 후버댐은 증언하고 있었다.

〈 라스베이거스·볼더시티 | 글·사진 김진호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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