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하루는 상제님께서 남쪽을 향해 누우시며 덕겸에게 이르시기를 “내 몸에 파리가 앉지 못하게 잘 살피라.” 하시고 잠드시니라.

2

반 시간쯤 지난 뒤에 덕찬이 덕겸을 부르며 “점심을 먹으라.” 하거늘 덕겸이 상제님의 명이 계심을 말하고 가지 않으니

3

덕찬이 누차 말하기를 “주무시니 관계없다.” 하므로 덕겸이 주위의 파리를 멀리 쫓고 발을 옮기려 하매

4

상제님께서 갑자기 일어나 앉으시며 말씀하시기를 “네가 밥 얻어먹으러 다니느냐. 공사 보는 중에 그런 법은 없나니 차례로 돌아가며 먹으라.” 하시니라.

5

상제님께서 덕겸과 겸상하여 점심을 드신 후 양지에 수십 개의 태극을 그려 놓으시고

6

그 네 귀퉁이에 다른 글자를 쓰신 뒤 덕찬에게 “동도지(東桃枝)를 꺾어 오라.” 하시어

7

덕겸에게 이르시기를 “태극을 세는데 열 번째에 가서는 동도지를 물고 세라.” 하시므로 다 세어 보니 모두 마흔아홉 개더라.

8

그대로 아뢰니 말씀하시기를 “맞았다. 만일 잘못 세었으면 큰일이 나느니라.” 하시며

9

동도지를 손에 들고 큰 소리로 무어라 외치신 뒤에 태극을 그린 양지 두루마리를 약방으로 가져가 불사르시니라.

10

그 후 양지에 ‘용(龍)’ 자 한 자를 써 주시며 “약방 우물에 넣으라.” 하시매 그대로 하니 그 종이가 우물 속으로 들어가니라.